고대 그리스의 연극 part,2
고대 그리스의 연극
01. 레소스(비극)
레소스는 고대 그리스 비극 작품이다. 에우리피데스의 작품으로 알려져 왔으나, 작가 미상의 작품이라는 주장이 점점 설득력을 얻고 있다.
레소스의 줄거리는 호메로스의 ≪일리아드≫에 기초하고 있다. 호메로스는 트로이 전쟁 10년사 중 전쟁 막바지 50일간을 1만 5000여 행에 걸쳐 묘사했다. ≪레소스≫는 트로이 전쟁의 판세가 뒤집히게 되는 결정적인 순간을 담고 있다. 해안가에 주둔해 있던 그리스 군대의 철군 움직임이 트로이군에 포착된다. 헥토르는 진상을 확인하기 위해 그리스군에 첩자를 보낸다. 그때 마침 트라키아의 왕 레소스가 군대와 함께 트로이에 도착한다. 전쟁이 발발한 직후 트로이가 트라키아에 청병하고 10년 만이다. 이미 트로이의 승리가 확실해진 이때, 레소스와 트라키아 군대의 뒤늦은 지원에 헥토르는 서운함을 감추지 못한다. 레소스에게도 사정은 있었다. 출정하자마자 스키타이의 공격을 받은 것이다. 스키타이와의 지난한 싸움을 끝내고 곧장 트로이로 향한 트라키아 군대의 지친 모습을 보고 헥토르는 비로소 오해를 푼다. 그날 밤 레소스와 트라키아 군대는 트로이 진영에서 오랜만에 다디단 잠에 빠진다. 이날 전쟁의 여신 아테나는 10년간 끌어오던 트로이 전쟁의 결말을 예고한다. ≪레소스≫는 기원전 440년 이전에 상연되었을 것으로 추정될 뿐 창작 연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트라키아 왕 레소스의 죽음을 둘러싼 갈등이 극을 끌어간다. 다른 작품들에 비해 극적 완성도가 떨어져 에우리피데스 작품이 맞는지를 놓고 논란이 있다. 하지만 에우리피데스 비극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 “필멸의 인간은 신의 뜻을 알 길 없으니 자만하지 말라”는 경고는 이 작품에서도 유효해 보인다.
02. 메데이아 (에우리피데스)
메디이아는 에우리피데스가 기원전 431년에 쓴 고대 그리스 비극이다
질투에 눈이 먼 아름다운 마녀 메데이아가 남편 이아손에 대한 보복으로 둘 사이 태어난 자식 둘을 죽인다. 이 작품은 비인간적인 대우에 고민하는 여성상을 그리고 있다. 또한 남편 이아손의 파렴치하고 욕심 사나운 계산을 묘사하고 있다. 그러나 메데이아의 고뇌가 끝닿는 대목에서 그녀는 불마차를 몰고 허공 속으로 사라진다. 에우리피데스의 강렬한 리얼리즘이 신화로의 도피에 의해 훌륭한 예술 형식에 도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한 예라 하겠다. 그녀 이야기는 세네카, 그릴파르처, 들라크루아 등 다양한 인물에게 영감을 불러일으켰다.
<메데이아>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이 일어나 그리스 전역에 전쟁의 먹구름이 드리우던 기원전 431년에 상연된 작품이다. 그러므로 인간의 폭력성과 그로 인한 공포가 이 작품에 드러나고 있음은 우연이 아니다. 이 비극의 중심 갈등은 이방인인 콜키스 출신의 공주 메데이아와 그녀의 남편 이아손의 갈등이며, 새장가를 들어 메데이아를 배반한 이아손에 대한 메데이아의 복수가 중심 내용이다. 메데이아는 아버지를 배반하고 동생을 죽이면서까지 기지를 발휘해 이아손을 도왔던 장본인이다. 이아손과의 사랑에 눈이 멀어 물불을 가리지 않았던 정열적인 여인이다. 그러나 메데이아는 사랑을 배신한 이아손에게 복수하기 위해 신부인 공주와 그 아버지 크레온 왕을 죽이고, 이도 모자라 자기 자식들까지 죽인다. 그 잔인성과 폭력성에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하는 여성이 메데이아다. 에우리피데스는 전반부에서 메데이아를 동정적인 인물로 재현한다. 그러나 극이 진행될수록 전반부에서 보여 준 메데이아에 대한 동정은 점차 사라져 버린다. 메데이아의 격정과 격렬한 분노는 도를 넘어 너무나 지나친 면모를 드러내고, 자식을 살해하는 메데이아의 행동에서 그 폭력성은 극대화된다. 메데이아가 자행하는 폭력은 “피압박자에게서 나오는 형언할 수 없이 무도한 폭력”이다. 이 작품은 이아손과 메데이아 가족의 혼란뿐이 아니라 우주의 혼란을 극화한 작품이다. 에우리피데스는 깨어진 도덕적 질서가 회복되지 않은 상태로 <메데이아>를 끝맺음으로써, 인간의 도덕이나 법칙에 무심한 신들의 세계와 배신과 분노가 극단적인 폭력으로 이어지는 어두운 인간 세상을 냉정하게 비추어 낸다.